최근 몇 년간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이슈 중에서 국내외에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지난 10일 바로 인도인 소년 성추행 논란과 관련된 보도가 있었는데요. 말 그대로 십자포화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세계적인 스승으로 활동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소년을 성추행을 했다니 많은 이들이 분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혹시 티베트 문화나 달라이 라마에 대해 몰랐던 또는 어떤 오해와 편견들이 있지 않았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사건은?
2월 28일 인도 다람살라 맥그로드 건즈에 위치한 출라캉 사원 마당에서 인도 M3M 재단
의 120여명의 학생들과 만남이 진행되었습니다.
행사 중 한 인도인 소년이 달라이 라마를 안아보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이 소년은 재단 이사장의 외손자였고 어머니도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이 달라이 라마에게 안아도 되냐고 요청했고 달라이 라마는 "좋다"라고 답하자 소년은 연단으로 올라가서 달라이 라마를 안고 뺨에 입을 맞췄습니다. 그러자 달라이 라마도 소년을 향해 이마를 맞대고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으며 혀를 내밀며 "내 혀를 빨아달라"라고 했습니다.
이 장면은 많은 이들이 보는 가운데 연출됐고 박수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달라이 라마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며 일부 네티즌들은 "역겹다", "소아성애자", "아동 학대다" 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영상을 보면 키스한 후 혀를 내밀며 혀를 빨아달라고 하는 장면이 큰 논란이 되었는데요.
티베트인들은 일부에서 성적인 문제를 부각시켰을 뿐 사랑을 표현하는 자신들의 문화라며 주장했습니다.
혀를 내미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 또는 동의 등을 뜻하는 것으로 9세기 랑 다르마(799~842) 왕이라는 폭군이 티베트를 통치할 때 불교를 탄압했고 잔인함으로 유명한 티베트의 왕 랑 다르마는 혀가 검었다고 해요.
티베트인들은 불교 신자로 환생을 믿으며, 이 못된 왕이 환생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티베트 사람들은 수 세기 동안 그들이 검은 혀를 가지고 있지 않고, 사악한 왕의 화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혀를 내밀면서 '나는 랑 다르마 환생이 아니야'하며 서로 인사하는 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메롱 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실제 뜻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소셜네트워크나 웹을 검색하면서 확인한 이해를 도울 사례를 전합니다.
망명 티베트인들은 바이스 월드 뉴스에 아이들을 놀리고 가르치는 데 사용되는 이 일반적인 표현의 의미가 문화적 해석과 영어 번역에서 상실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농담에 대한 정확한 티베트어 표현은 "Che le sa"로 대략 "내 혀를 먹어라"로 번역된다고 해요. 영어는 달라이 라마의 제2언어이며, 인도 뉴스 매체는 이전에 지도자가 공개 행사에서 서투른 영어로 말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요.
2000년 The Indian Express는 달라이 라마 가 48세에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YouTube 동영상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티베트 난민 2세인 직메 우겐은 어떻게 이러한 애정 표현이 티베트 노인과 어린이 사이의 게임에서 탄생 했는지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는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이마에 키스하고, 코를 만지고, 키스하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남은 것은 네가 내 혀를 먹는 것뿐이라고 말했다"라고 우겐은 설명했습니다. "아이는 아마도 사탕이나 돈을 얻지 못할 것이지만 삶, 사랑, 가족에 대한 아름다운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혀에 대한 좋지 않은 느낌을 놓고 티베트 시가체 출신으로 다람살라에 거주하는 한 티베트인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이렇게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모든 것을 사랑으로 하셨다. 첫 번째는 Aoothuk (머리를 만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Nhathuk(귀를 만짐)이다. 세 번째는 체툭(혀를 만지는 것)이다. 마지막은 말레툭(턱을 만지고)하며 그녀는 이제 너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라고 말했다
이 아름다운 티베트 문화는 현대에서 성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우리의 마음의 순수함을 보여준다. 성하를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혀에 대한 문화적 해석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반응은?
외부의 시선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입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이는 성추행이나 학대를 당했다고 느꼈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두려움을 느끼거나 당황하고 무서워했을텐데요. 행사 당일 티베트 망명 뉴스 매체가 인터뷰한 영상을 보면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소년은 씩씩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어머니 인터뷰도 어떠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성하를 정말 뵙고 싶었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성하의 축복을 받고 특히 안을 수 있을 때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축복 그 자체다. 그는 매우 긍정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다. 전반적으로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달라이 라마, "후회한다"
영상 논란이 커지자 달라이 라마 사무국은 10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어린 소년이 달라이 라마 성하께 포옹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의 최근 만남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성하께서는 소년과 그의 가족, 그리고 전 세계의 많은 친구들에게 그의 말이 초래한 상처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한다.
성하께서는 공공장소에서나 카메라 앞에서나 순진하고 장난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을 자주 놀리신다. 그는 그 일을 후회한다"
문화적 배경이나 아이를 사랑하는 순수한 의도를 떠나 결과적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사과는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파장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행사 후 한 달이 지났는데
티베트 망명 정부를 이끄는 정치지도자 펜파 체링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의 배후로 친중국 인사들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2월 28일 행사가 있었고 한 달만에 SNS에 영상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심에 친중국 인사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이 있습니다.
올해 3월에 가입한 'Yin Sun@NiSiv4' 트위터 계정의 첫 번째 게시물(4월 8일자)을 달라이 라마의 해당 영상을 올리며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어 외신들이 전하자 국내 언론들도 보도했습니다.
인도 매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달라이 라마 소년 성추행 의혹을 전했는데요. 서구권은 몰라도 인도 언론은 보도 이전에 달라이 라마 사무국을 대상으로 사전에 의견을 청취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를 비난하는 일이라면 관속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11대 판첸 라마를 납치, 감금한 후 짝퉁을 내세운 중국 정부는 14대 달라이 라마 사후에 차기 환생자를 내세워 주도권을 쥐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이번 일과 관련해서 국내 모 매체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달라이 라마에 대한 온갖 험담들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네티즌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달라이 라마나 티베트 문화에 대해 속깊이 모르니 오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달라이 라마에 대한 더 이상의 오해가 없으면 좋겠고 이번 기회에 우리가 몰랐던 티베트 문화를 이해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