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2,400킬로미터의 히말라야산맥은 북서쪽에서 남동 방향으로 활 모양을 그리며 파키스탄, 인도 북부·네팔·시킴, 부탄 왕국, 티베트 남부를 뻗어내리면서 몇 갈래의 산계로 나누어지는데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해발 8848.86m)를 비롯해 많은 봉우리들이 있어 매년 많은 세계 산악인들이 등반을 위해 히말라야를 찾고 있지만 유일하게 등반을 전면 금지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인구 약 75만명의 부탄 왕국입니다.
히말라야 오지에 있는 부탄 왕국은 해발 7천미터급 봉우리들이 여럿 있지만 자국민, 외국인을 불문하고 등반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탄이 등반을 처음부터 금지한 것은 아닙니다. 1974년 외국인들에게 문을 연 이후 1983년 산악인들에게 등반을 허용했지만 상업 등반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山'을 신과 영혼이 머무는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지역의 영적 신앙 사이에서 고민한 부탄 정부는 1994년 6,000m 이상의 산악 등반을 막았고 2004년부터는 모든 등반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등반 금지 덕분에 부탄에서 제일 높은 해발 7,570m의 강카르 푸엔섬(Gangkhar Puensum) 산은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제일 높은 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등반을 허용한 이후 일련의 원정대가 조직되어 강카르 푸엔섬 산 정상 정복을 위해 1985년과 1986년 사이 4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매년 수많은 산악인들이 네팔 히말라야를 찾으면서 네팔 정부가 수십억원의 입산 허가료 수입을 얻고 관광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등반팀이 다녀 간 산에 넘쳐 나는 쓰레기로 몸살읕 앓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항상 안타까웠는데요.
이에 반해 부탄 왕국이 당장 눈 앞의 경제적 이익 보다는 지역 영적 신앙을 존중하고 중요한 가치릍 보존하기 위해 등반을 전면 금지 조치한 것은 대조적인데요. 부탄이 작은 나라이지만 전통과 미래를 위한 고민은 어느 나라 못지 않게 깊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