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4년전 우리 나라 불교계를 놀라게 할 만한 일이 발생합니다. 1967년 경향신문, 동아일보 등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티베트 14대 달라이 라마가 중국 위협을 피해 인도로 탈출할 때 갖고 나 온 국보급 티베트 대장경 한 질(秩)이 인도에서 배편을 이용해 한국에 도착하게 됩니다.
달라이 라마가 선물한 티베트 대장경은 세계에 4질 밖에 없던 것으로 하버드대학교에 한 질, 인도에 두 질, 일본엔 일부가 있었던 것으로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이 대장경은 가로 62cm 세로 16cm의 닥나무지(저지)에 앞뒤로 새긴 경전으로 경전 전체 무게가 285kg에 달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귀한 티베트 불교 대장경을 우리 나라에 전하게 된 배경은 1966년 5월, 달라이 라마 특사가 국내 티베트 불교 유적지를 파악하기 위해 공주 마곡사를 방문하게 되고 동국대학교에서 특사편에 고려대장경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 형식이라고 하지만 목숨을 걸고 탈출하며 갖고 나 온 국보급 대장경을 선뜻 우리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였으리라 생각합니다.
1967년 6월 14일,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영사관에 달라이 라마가 참석해 기증식을 갖었고 배편을 이용해 9월 25일 한국 땅에 도착했습니다. 언론들은 우리 나라 불교 발전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며 크게 반기며 보도했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첫 한국 방한 추진
당시 언론들에 따르면 이 시기에 달라이 라마의 첫 한국 방한이 추진되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 망명 후 초청을 받아 처음 찾은 나라가 일본이었는데요.
참고로 일본에 티베트가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한 두 인물이 있습니다.
1900년 일본인으로는 처음 티베트에 도착한 가와구치 에카이(1866-1945)스님이 3년간의 여정을 담은 여행기가 1904년 출간된 후 주목을 받았고 1913년부터 티베트서 불교를 공부한 타다 도우칸(多田等観, 1880-1967)스님이 10년 후 돌아와 여러 활동으로 일본내 티베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자서전에서 1967년 일본 방문시 '일본에 있는 동안 그곳에서 젊은 티베트 학생들을 만난 것이 제일 기뻤다. 티베트어를 할 줄 알고 티베트에 대해서 이것 저것 많이 알고 있는 일본인들을 만난 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대장경이 도착하자 동국대학교 총장은 티베트 대장경 봉안식에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기 위해 급히 일본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달라이 라마의 일정과 맞지 않아 한국 방문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때 총장은 달라이 라마가 한국인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갖고 돌아오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총장은 11일 달라이 라마 특사 2명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13일 봉안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달라이 라마의 메세지입니다.)
일본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는 가까운 장래에 한국도 방문하고 싶은 희망을 표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14일 본보에 특별메세지를 보내어 한국민과 특히 한국 불교도에게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데 대신한 인사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나는 한국의 동아일보를 통해 한국민에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워왔을 뿐 아니라 또 한국과 서장(티베트) 두나라가 과거에 종교적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는 몇가지 실례도 알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번에 서장의 국보인 대장경백협을 유수한 불교연구기관인 동국대학교에 기증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그 식전에 참석시키려고 개인사절 두 사람을 보냈던 것입니다.
나는 지금 불교가 번성하고 있는 국가들을 순방할 계획인바 가까운 장래에 한국에도 찾아가 불교학자 및 관계자 들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그러면 한국민이 불타의 가르침에 따라 영원한 번영과 행운을 누리기를 진심능로 빌며 한국민에 뜨거운 축복을 드리는 인사를 맺습니다." 10월9일 동경에서 달라이 라마 드림
동아일보를 통해 전한 메세지에서 가까운 장래에 한국 방문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해왔으나 이후 아쉽게도 여러 사정과 중국 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한국 정부의 방문 불허로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했지만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일본이나 인도에서 열리는 법회에 한국인들이 꾸준히 참석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