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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왕국, 코로나 확산 방지 위해 '담배 판매' 전면 허용

룽타 2021. 8. 5. 09:41

부탄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때 마다 봉쇄, 대규모 코로나 검사를 되풀이하며 코로나 사태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감염 확산 고리를 끊기 위해 담배 판매 전면 허용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습니다.

▲ 부탄 하원에서 담배 규제법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는 체왕 하모 법사위원장. 하원에서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담배 규제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사진/부탄 의회)

인구 약 75만명의 작은 나라 부탄 왕국은 세계 최초의 금연 국가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공장소, 대중교통 등에서 흡연을 금지할 뿐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모두 막은 것은 아닙니다.

2004년 제정된 담배 규제법에는 담배 재배, 생산, 제조, 유통, 판매 금지 및 1인당 담배 수입 한도 등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 17년 만에 담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한 정책에 큰 변화가 왔습니다. 바로 코로나 때문입니다.

2일 부탄 마약 단속국에 따르면, 사전 등록한 담배 소매상이나 도매상은 담배를 수입할 수 있고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학교, 사원, 병원, 유적지 등지의 주변에서 담배 판매는 허용되지 않으며 18세 미만 청소년은 구매를 할 수 없고 대중 교통, 공공장소 등에서 흡연 금지는 기존대로 금지됩니다.

코로나 확산과 담배 판매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인도와 인접한 부탄은 작년 3월 코로나 유입을 막기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699킬로미터의 국경에 약 300여개의 초소를 세워 불법 왕래를 막고 있으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국경 지역을 봉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 올해 6월, 5일간 65킬로미터를 걸으며 인도와 맞댄 동부 국경지대 상황을 점검한 부탄 국왕(첫번째 사진)과 총리(사진/국왕 공식 SNS 계정)

 

심각성을 인지한 부탄 정부는 담배 밀수꾼들이 코로나 확산 고리라고 판단해 담배 유통 및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긴급 법 개정에 나섰고 6월 25일 하원에서 참석 의원 35명 중 찬성 3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압도적인 지지속에 담배 규제법 개정안이 통과된데 이어 상원에서도 절대 다수의 찬성이 있었고 이후 왕의 승인을 받아 이달 2일 시행에 들어 갔습니다.

또한 의회는 인도서 수입하는 담배 제품에 대한 판매세 100%도 면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소비자나 판매상들이 밀수 담배를 찾지 않도록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입니다.

부탄 정부는 담배 밀수로 인한 코로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작년 8월 담배 판매를 금지한 법 위반 논란속에 법 개정없이 부탄 면세점(BDFL)을 통해 담배 판매릍 허용했지만 면세점 담배 판매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밀수 담배 보다 가격이 비싸 암시장을 통한 담배 거래를 줄이는데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부탄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3일 국경 폐쇄부터 올해 6월 12일까지 총 132명 (2020년 109명, 2021 년 23명)이 담배 제품 밀수 혐의로 체포됐으며 2020년과 2021년에 압수된 밀수 담배가 늘었습니다. 2019년 290만 눌트럼(약 4,400만원) 상당의 담배를 압수했으나 작년 700만 눌트럼(약 1억원), 올해 5월까지 현재 590만 눌트럼(약 8,9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 지난 5월,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WHO가 조사한 세계 청소년 담배 조사 부탄 보고서가 보건부 장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보건부 장관은 청소년 흡연 율을 놓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사진/꾼셀)

담배 암시장 거래가 부탄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가 있는데요. 작년 부탄 청소년 흡연 실태를 보여준 WHO 보고서에서 50개교 13세-15세 2,3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참가한 학생 5명 중 1명은 담배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사용자 중 대부분이 국내서 손쉽게 담배 제품을 구했다고 답했습니다.

기존 담배 정책에는 헛점이 있었습니다. 판매가 금지된 담배를 구하려면 외국에 나갔다가 입국하면서 사갖고 들어와야 했는데요.

1인당 해외서 들여올 수 있는 월 반입 한도는 담배 800개피 또는 비디 1200개 또는 시가 150개 또는 기타 담배 또는 담배 제품 750g 만 수입 가능했고 인도서 갖고 온 담배에는 100%의 판매세가 부과되었고 이외 국가에서 반입할 경우 판매세외에 관세 100%를 추가 납부해야 했습니다.

부탄 국민들이 담배를 사기 위해 인도나 다른 나라에 다녀 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비싼 세금을 감당하면서 말입니다.

금연 상담, 금연 치료서비스 등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금연 정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담배 수요는 줄지 않고 합법적인 담배이 구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암시장을 통한 담배 거래가 성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했다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어 그간 담배 규제법은 부탄내에서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6월 하원과 상원에서 담배 규제법이 통과될 때 소식을 전한 부탄 매체들의 SNS계정엔 많은 댓글들이 달렸는데요. 일부 부탄 네티즌들은 법 개정을 반겼고 반면 우려하는 시선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담배 판매 허용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