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문화권 뉴스 & 정보/망명 티베트 사회

티베트 불교 스님에서 트랜스젠더로 삶을 사는 '텐진 마리코'

룽타 2021. 4. 15. 14:07

9세에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 출가해 스님으로 지냈지만 늘 자신을 여성으로 느끼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텐진 마리코의 이야기입니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느끼며 살다 트랜스젠더가 된 전 티베트 불교 승려 텐진 마리코

보수적인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이 퀴어라는 사실을 알고 친구와 가족에게 그것에 대해 털어 놓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텐진 우겐도 힘든 시간을 딛고 지금의 텐진 마리코로 세상에 설 수 있었습니다.

텐진 마리코는 남성으로 태어나 텐진 우겐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여섯 형제 중 한 명으로 1997년 망명 티베트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텐진은 아홉 살에 사원으로 보내졌지만 그 곳에서 조차도 그녀의 안에 있던 여자를 바꿀 수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텐진은 소녀가 좋아할만한 모든 것에 끌렸습니다.

"항상 소녀처럼 느껴졌다.”고 텐진은 말합니다. “친구들이 나를 괴롭히며 착카(Chakka)또는 히즈라(Hijra)[완전한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같은 말을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조차 몰랐다. 사원에서 승려들은 여승려를 뜻하는 티베트어 '아니'(Ani)하며 농담으로 불렀다."고 회상합니다.

 

결혼식 파티에서 여장을 하고 춤을 춘 영상이 퍼지면서

2014년 지인 결혼식을 위해 처음으로 여장을 했습니다. 8월 15일 아침 마리코는 가발, 힐, 옷을 사기 위해 델리의 한 시장에 갔습니다.

“말 그대로 머리카락이 없었고 대머리였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인조 속눈썹을 썼고 키가 너무 커서 샌들을 신었어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후폭풍은 컸습니다.

결혼식 파티에서 관심을 보인 누군가 그녀의 춤추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고 위챗을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가발을 쓰고 여성의 옷을 입으면 아무도 모를꺼란 판단은 크게 빗나갔고 많은 사람들로 부터 확인 전화를 받았지만 끝까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영상을 본 부모님의 눈은 속일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상황이 무섭고 두려웠다는 텐진은 이후 출가자의 길을 내려 놓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따르기로 해 남성 '텐진 우겐'이 아닌 '텐진 마리코' 라는 여성으로 세상에 새롭게 나섭니다.

다람살라의 보수적인 티베트 공동체에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고 이해도 할 수 없었습니다. 텐진이 트랜스젠더로 삶을 시작한 2014년은 더욱 그렇습니다. 일부에선 증오를 했고 신체적 폭력 위협도 뒤따랐습니다. 텐진은 우울증에 빠졌으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해 트랜스젠더로써 큰 도전에 나섭니다.

9살에 출가한 텐진 우겐(왼쪽)에서 트랜스젠더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텐진 마리코

 
트랜스젠더로 첫 무대에 서다.

2015년, 인도 북부 도시 다람살라에서 열린 미스 티베트 선발 대회에 3,000명이 넘는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17세의 마리코는 축하 행사의 댄서로 출연을 합니다. 

티베트 역사상 공개된 첫 트랜스젠더로 대중 앞에 선 마리코에 대해 “매우 대담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공개적으로 '이게 나야'라고 발표한 것이다. 첫 공개, 첫 공연, 마르코의 첫 소개였다.”고 미스 티베트 대회를 이끈 롭상 왕걀은 회상합니다.

공연을 앞둔 마리코는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고 계란을 투척하며 비난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2015년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미스 티베트 선발 대회 축하 행사에 첫 모습을 드러낸 텐진 마리코 

공연이 끝나자 관중은 큰 박수를 보내며 "한 번 더! 한 번 더! 한 번 더!" 외치며 그들은 환호했습니다. 

“미스 티베트 대회 전에 사람들은 거리에서 그녀를 보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이 남자는 누구입니까?'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녀가 아주 잘 준비한 공연은 티베트 공동체에서 트랜스젠더로 받아 들여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텐진 왕걀은 용기있는 마리코를 평가했습니다. 

공연 반응이 좋았다고 해서 마리코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편견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딸로 받아들인 어머니의 눈물

마리코가 공개적으로 세상에 나온 지 몇 년 후, 그녀와 어머니는 달라이 라마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사원에서 다른 여승려가 마리코를 가리키며 비방하는 것을 본 어머니는 여승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내 딸을 안다.”고 외친 어머니는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으며 당신은 그녀에게 그런 역겨운 말을 할 권리가 없다."며 여승려를 나무랐습니다.

마리코는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왔지만 사원에서 겪은 일 때문에 둘 다 식욕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울면서 마리코에게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너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격려하자 마리코는 “어머니가 강할 수 있다면, 나도 강해질 수 있어요.”라고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공개적으로 마리코를 딸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부른 것은 처음이었고 그들 관계에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마리코는 불교의 자비심 때문에 상처를 하는 말이나 모욕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성별에 대해 모욕적이거나 해로운 방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다. 나는 소년이었다. 그것은 사실이다. 이제 나는 소녀이다. 이것도 사실이다.”고 현실을 담담히 받아 들입니다.

많은 일을 겪은 25세의 마리코는 모델, 댄서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인스타그램에서 33,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국기를 펼쳐 보이는 텐진 마리코


- 이 글은 티베트 썬, 타임즈 오브 인디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