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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즐기는 부탄에서 '도축은 불법일까?'

룽타 2021. 4. 4. 12:20

 

부탄 왕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연 국가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낚시는 불법이다', '도축장이 없다거나 도축은 금지되어 있다', '국민 대부분 채식을 한다', '교도소 수감 인원이 50명이 넘은 적이 없다', '우울증 환자가 없다' 등의 부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는데요. 기회가 되면 하나씩 풀어가 보기로 하고 먼저 '도축은 금지되어 있다거나 도살장이 없다'라는 부분에 대해 짚어 봅니다.

 

 

부탄 왕국 수도 팀푸의 육류 판매점. 팀푸에는 56 개의 육류 판매점이 있으며 대부분의 상점은 수입 생선, 냉동 쇠고기 및 포장 된 닭고기를 취급합니다. 몇몇 상점에서는 쇠고기, 돼지 고기, 양고기와 같은 현지서 생산한 고기를 판매합니다. (사진/꾼셀)

 

연간 육류 소비 남아시아 1위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은 부탄에선 고기를 즐겨 먹지만 살생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종교적 규범 때문에 무분별한 살생은 멀리하고 최소한의 경우만 도축을 합니다.

부탄 현지 언론 매체 더부탄니스가 지난 해 1월 8일에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4,323.89톤의 육류 수입한 반면 수출은 제로였고 3,530.04톤의 고기가 자국내에서 생산된 육류 소비량은 7,853.65톤으로 자급률은 44.95%입니다.

 

몇 해전 부탄 정부가 육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육가공 공장을 설립하면서 도축장도 운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정부는 절대 그런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부탄은 인도, 방글라데시, 몰디브, 네팔,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 중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13.5Kg로 제일 많다고 현지 언론 꾼셀이 2015년 보도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육류 1인당 소비량은 2018년 기준 53.9㎏으로 부탄 보다 4배 가까이 많습니다.

 


부탄에서 도축은 어떻게 이뤄지나

가축들을 상시 도축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 부탄에도 있습니다. 유일한 도축장은 남부 지역 치랑의 고살링이란 곳에 있는데 부탄 국내 도축은 주로 이곳을 통합니다.

약 14년전에 지역 정부와 주민들 동의를 받고 세워진 도축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오염때문에 주민들과의 갈등은 있습니다.

 

부탄 가축법에는 식용과 질병관리 목적에 한해 도축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임의로 도축할 수는 없고 당국의 허가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부탄 관영 매체 BBS의 올해 2월 16일 보도에서, 누부리와 야그사 지역에서 야크를 길러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자 도축을 위해 소를 판 사연들이 소개되었는데요.

고지대에서 야크를 기르는 주민들은 코로나로 인해 생계 유지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꾼셀)

 

버터나 딱딱한 치즈인 추고 등의 판매량이 줄고 동충하초 판매도 어려워 생계유지가 힘들어진 주민들이 지역 당국의 허가 아래 마리당 약 9만 눌트럼(약 138만원)를 받고 팔았습니다. 코로나로 인도와의 국경이 폐쇄되고 생고기 수입 금지 조치로 시장에서 고기가 부족하자 과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은 금액을 받았습니다. 지역 당국자는 올해 약 45마리의 야크 도축을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도축할 때 정해진 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도축을 목적으로하는 동물은 돌보고 관리해야하며, 도축전에 적절한 방법으로 동물을 기절시켜 인도적으로 이뤄져야하고, 도축을 기다리는 동물은 다른 동물이 도살되는 것을 보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임신한 동물은 먹기 위한 목적으로 도살할 수 없으며 질병 관리를 위해 동물을 도살할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질병 관리 목적으로 도살할 수 있다는 부분과 관련해 자료를 찾아보니 관영 매체 꾼셀의 2019년 4월 13일자 기사에서 푼촐링 담다라 지역서조류 독감(H5N1)이 발생해 가금류 1,130마리를 살처분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육류 판매를 위한 도축과는 달리 질병 통제를 위한 것으로 앞서 언급한 도축 절차와는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한 날에는 도축과 판매가 금지됩니다.

2001년 부터 불교와 관련된 상서로운 날인 부탄력 1월과 4월에는 각 한 달 동안 육류 수입, 판매, 도축을 금지하고 있으며 매달 8일, 15일, 30일에도 육류 판매점은 문을 닫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부탄에서는 '도축은 금지되어 있다'거나 '도축장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블로그나 언론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퍼트린게 아닌 부탄이 우리 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정보가 부족해 생긴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단시간에 그 나라를 알 수 없습니다.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들이 필요하고 과정에서 생긴 오해나 편견들이 바로 잡힐 것으로 봅니다.

부탄에서 도축이나 도축장 설립이 법으로 완전히 금지되지 않았지만 무분별한 살생이 없도록 규제를 하고 있다고 팩트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